■ 알리미가 만난 사람 - 해킹 자유지대 '명예의 전당' 1호 오태호
컴퓨터 신동에서 정보화 사회의 보안관으로
강유림 (산업공학과 2년)
mailto:wilowood@postech.ac.kr


  해커, 해커라는 말에서 연상되는 이미지는 대부분 좁고 어두운 골방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 미친 듯이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마니아들의 부정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이번에 내가 만나게 된 해커는 사뭇 다른 인상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우리 대학 컴퓨터공학과 3학년에 재학중인 오태호 씨. 언뜻 보면 평범한 대학생일 뿐, 그 무시무시한 해커라는 이름이 어울리지 않는 듯 보이지만, 이미 보안과 해킹의 세계에서는 ‘ohhara’ 라는 닉네임으로 잘 알려진 고수 중의 고수이다.

  그는 얼마 전 시큐어소프트사가 주최한 해킹 대회에서 7000명을 제치고 최초로 13관문을 통과하여 해킹 자유지대 ‘명예의 전당’ 1호로 등록되는 영예를 안았다. 우연히 알게 된 해킹 대회에서 호기심으로 시작한 문제들을 풀어내기 위해 문제 자체의 결함을 관리자에게 지적하기도 하면서 이틀 밤을 꼬박 새우며 컴퓨터에 매달렸단다.

  이 일을 계기로 수차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지만, 실제로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고등학생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터넷 홈페이지 제작 경연 대회였던 ‘인터넷 명인 한마당’에서 학교 홈페이지를 제작하여 금상을 받게 된 일이 바로 그것. 또 지난해에는 이탈리아의 해커가 학교 전산망에 침투한 것을 발견하기도 했고, 모 신문사의 홈페이지가 해킹당한 것을 역해킹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등 많은 활약을 하였다. 이런 유명인사가 나보다 한 살밖에 많지 않은 우리 학교의 선배였다고 하니, 그것도 나와 같은 일본어 수업을 듣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일본어 강의가 끝난 빈 강의실에서 그를 만났다.

  



정보화 사회의 파수꾼

  그는 사실 해커라기보다는 보안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중학생일 때만 해도 오로지 컴퓨터 게임에만 관심을 가졌었던 그가 고등학생이 되면서 프로그래밍 언어인 C를 접하게 되고, 나아가 해킹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하는데, 어줍잖은 해커들이 시스템을 파괴하고 남의 정보를 빼내어 가는 등 해킹 기술을 악용하는 것을 보고 이를 막기 위해 본격적으로 해킹에 관한 공부를 했단다. 그래서 해킹과 보안에 관해서라면 오태호라는 이름 석 자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

  그러나 실제 해킹 기술을 응용하고, 몸으로 습득하게 된 것은 포항공대에 진학하게 되면서부터였다. 고등학생 시절에는 공부한 기술들을 활용해 볼 여건이 좋지 못했기 때문에 대학 진학도 그러한 기술을 더 많이 익히고 실전에 응용해 볼 수 있는 네트워크 시설이 가장 잘 되어 있는 학교를 찾아 포항공대로 온 것이라 한다.

  우리 대학에는 네트워크 보안 동호회인 PLUS(Poste-ch Laboratory for Unix Security)라는 단체가 있다. 물론 오태호 씨도 이 동호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학부생과 대학원생들이 모여 교내 전산망의 보안을 관리하기도 하고, 보안 시스템에 관한 책을 쓰기도 하는 이 단체는 특히 인터넷 사용이 많은 포항공대의 유닉스 시스템을 보안, 관리할 뿐더러 대외적으로는 보안에 대한 중요성을 알림으로써 정보화 사회의 파수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오태호 씨가 포항공대에 오게 된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가 바로 이 PLUS였는데, 고등학생때부터 이 단체와 e-mail을 주고받으며, 적극적으로 이들과 교류를 하는 등 열의를 보였다. 그리고 이제는 명실상부한 PLUS 회원으로 책을 함께 집필하기도 하고, 세미나를 열어 강의를 하기도 하면서 깊이있는 공부를 하고 있으며, 이제는 PLUS에서 예전의 자기와 같이 해킹에 관심있는 열의를 가진 고등학생들의 도전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영화 ‘매트릭스(Matrix)’의 주인공은 ‘neo’라는 닉네임을 가진 해커로 해킹을 통하여 사회 구조의 허점을 발견하고 결국 세계의 구원자로서의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 그려져 있다. 해킹을 하는 이들은 한 번쯤은 이와 비슷한 상상을 해 보았을 것이다. 세상의 비밀을 캐어내는 열쇠를 찾아냄으로써 구원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 또는 침입 방어 시스템을 뚫는 데서 생기는 성취감, 쾌감이나 기쁨으로 우월감에 젖어 해킹에 계속 빠져들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상당히 위험한 생각이다. 상대방의 시스템에 침입하여 해킹을 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심각한 범죄 행위를 저지르게 될 수도 있으며, 더욱이 이러한 행동이 범죄 행위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

  이러한 해킹의 매력에 쉽게 빠져들게 되는 청소년들은 자칫하면 범죄자로 전락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해킹이나 컴퓨터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그가 던지는 충고의 말은 더욱 의미심장하다. “기초에 충실하라.” 해킹에 대한 나름대로의 철학과 신조가 있었던 예전의 해커에 비해 무분별하게 해킹하는 데만 열중하는 요즘의 현실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프로그래밍 언어에서부터 시작해, 네트워크 구조에 이르기까지 차근차근 공부해 나가다 보면 필요악이라고도 할 수 있는 해킹에 관한 자기 나름대로의 주관이 서게 되고, 크래커가 아닌 진정한 해커로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란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에 큰 관심

  ‘해커(hacker)’라는 말은 ‘hack’를 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로 원래 집념과 악착같은 노력으로 기술 수준이 높은 결과를 산출하는 기술 연마자라는 뜻의(hack+producer) 용어였다. 이후 컴퓨터에 강한 흥미를 가지고 있으면서 이에 몰두하는 사람을 해커라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은 해커라고 하면 대부분 남의 시스템에 불법으로 침입하여 자료를 망가뜨리거나, 범죄에 이용하는 사람, 즉 ‘크래커(cracker)’를 연상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크래커들은 자기의 신분을 숨기거나 닉네임으로만 활동하는, 즉 익명성을 무기로 하여 남의 시스템을 신출귀몰하게 휘젓고 다니는 해커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러나 오태호 씨는 이와는 다르다. 오히려 당당하게, 자신은 크래커도 해커도 아니라고 말한다. 시스템의 보안에 허점이 생기면 그것을 방어하고, 해커들에 의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도와주는 데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점점 정보화가 가속화되면서 정보의 보안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는 것이 피부로 와 닿는다. 정보를 빼내려는 해킹과 정보를 지키려는 보안의 끊임없는 쳇바퀴 속에서 그를 비롯한 보안 담당자들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요즈음에는 보안에 관한 공부를 비롯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공부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는 오태호 씨. 컴퓨터 분야에서는 세계에서 일인자가 되고 싶다는 당찬 야심도 갖고 있는 그가 보안 분야에서뿐만 아니라 그가 꿈꾸는 컴퓨터 세상에서 더욱 더 많은 활약을 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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