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제목 : [컴퓨터] 대학생 해커 오태호씨 '해킹 명예의 전당' 1호 영예 보안전문업체인 시큐어소프트는 얼마전 해커들의 놀이터 ‘해커스랩’을 인터넷에 개설, 화제가 된 바 있다. 이 해킹자유지대가 개통되자 10만여명 의 해커들이 ‘물 만난 고기’처럼 이 곳으로 몰려들었다. 그 중 총 13단 계에 이르는 해킹 장애물을 가장 먼저 통과한 고수 해커가 있다. 오태호씨(20·포항공대 컴퓨터공학과 3). 오씨는 이틀밤을 꼬박 새운 끝 에 최고 난이도인 13레벨을 뚫는 데 성공, 해킹자유지대 ‘명예의 전당’ 1호로 등록되는 ‘영광’을 누렸다. 포항공대 해킹연구동호회 PLUS에 들어가면서 시작된 오씨의 해킹 이력. 굳이 해킹자유지대 첫 통과자란 것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그의 해킹솜씨는 ‘알 만한 이들은 다 알만큼’ 화려하다. 지난 98년 이탈리아에서 ‘dark’란 별명을 가진 해커가 포항공대에 침투 한 사실을 발견, 해커수사대에 신고한 것을 비롯해 교내 시스템에 누군가 침입할 때마다 전산실에 통보해주는 일을 도맡아왔다. 또 교내 전산관리자 를 대상으로 보안관련 세미나를 벌일만큼 보안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 허한다. 지난 5월 모 신문사 사이트가 해킹당했을 땐 일요일이라 전산담당자가 없 었던지라 그 자신이 직접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다. 오씨가 처음 컴퓨터를 만지기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때(서울 구정고). 친 구 소개로 가장 ‘재미있다’는 C언어를 공부하면서 컴퓨터에 재미를 붙이 기 시작, 당시로는 드문 홈페이지를 이미 제작했다. 그러던 중 신문을 통해 해킹사고를 접하면서 보안의 중요성을 깨닫고 공 부를 시작해 이론을 쌓았으나 전화접속으론 ‘실습’이 힘들어 네트워크시 설이 가장 잘 돼 있는 포항공대를 지망했다. 스트레스를 받아도 통신이나 컴퓨터게임으로 풀만큼 컴퓨터가 늘 그림자 처럼 따라다니지만 지금 오씨의 희망사항은 ‘보안전문가’가 아니다. “당시만해도 보안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지 않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이미 많은 보안업체들이 이 분야에 뛰어들었잖아요. 전 아직 세인 의 관심을 끌지는 못하고 있지만 아주 중요한 분야를 시도하고 싶어요.” 그래서 그는 장래 꿈을 물었을 때 ‘컴퓨터 전문가’ 대신 “세계 정복이 요”라고 말한다. 존경하는 인물에 대해서도 “누군가를 본받고 싶다면 2인자 밖에 될 수 없잖아요. 그래서 저는 제 자신만을 생각해요”라고 말하는 당찬 신세대 해커 오태호. 170㎝의 아담한 키에 개구장이 끼가 물씬 묻어나는 안경 차림이지만 똘망 똘망한 눈이 믿음직스럽기만 하다. 【임성연 기자】 발행일 : 1999년9월29일